키다리 아저씨?…사비 1억원 들여 몰래 아동 지원한 진옥동 행장

입력 2021-02-18 15:43   수정 2021-02-18 16:08


박경원(17·가명) 학생은 지난해 꿈에 그리던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초 생활수급비를 받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2년 전만 해도 미술 학원을 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굿네이버스에 들어온 기부금으로 지원을 받아 학원에서 입시 미술을 배울 수 있게 됐다. 박씨의 어머니는 "경원이의 재능을 알아본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지만 학원비를 내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었다"며 "따뜻한 기부의 마음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원이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것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다. 진 행장은 2019년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굿네이버스를 통해 '남 몰래 선행'을 이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비로 기부한 1억여원은 13명의 아동과 청소년들의 꿈을 이루는데 쓰여졌다.

정다은 학생(19)도 진 행장의 도움을 받았다. 굿네이버스는 진 행장의 기부금으로 바리스타를 꿈꾸는 다인이에게 학원 수강료를 지원했다. 또 음료, 디저트 등 제조 훈련을 위한 재료와 기자재와 함께 노트북도 지원했다. 이후 몇달 만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음료를 만드는 영상을 개인 SNS에 게시하는 등 개인 카페 창업을 위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는 후문이다.

나눔이 나눔으로 전해지는 사연도 생겨났다. 이은호 학생(19)은 진 행장의 지원을 받은 것을 계기로 교내 봉사 동아리를 조직해 활동 중이다. 그는 "예전에는 잠을 잘때 조차 어두운 꿈을 꿨는데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뜰 때 기분 좋은 밝은 느낌이 든다"며 "지원을 받았던 만큼 다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사적 기부를 이어오면서도 특별히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굿네이버스의 블로그를 통해 선행이 알려졌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기부의 배경이 됐다. 진 행장은 굿네이버스 측에 "일찍이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신 후 이사를 자주 다니며 어렵게 공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절실한 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이들의 꿈을 제약해서는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어떤 부분보다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게 됐다"며 "금융사의 CEO(최고경영자)로 일하고 있지만, 물질의 가치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관심과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행장 취임 이후 신한은행도 아동들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과 함께 하는 '좋은 날 좋은 기부'는 임직원들이 본인의 승진, 합격, 출산, 수상 등 '좋은 날'을 기념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기부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 입학 축하 용품을 선물하는데 사용한다. 2019년에는 진 행장과 다른 임원들이 직접 참여해 학용품 키트 제작 봉사 활동을 시행하기도 했다.

은행도 임직원의 기부금에 매칭 방식으로 함께 기부하는 '사랑의 클릭'을 진행 중이다. 매월 8개 사연을 선정해 임직원이 기부를 하면 신한은행이 같은 금액을 더해서 기부한다. 기부금은 아동,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을 위해 쓰이며, 지금 까지 총 31억원이 기부됐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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